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문화운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리사회는 그 동안 죽음을 삶과 떼어놓고, 멀리하거나 두려워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죽어가는 과정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마음을 열어 대화를 나누고 있지 못합니다. 장기기증의 비율도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삶 안에서 죽음을 인식하고, 생활세계 안에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하고 장기적 시야를 필요로 하는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소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의 확산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라는 명제를 우리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일상에서 죽음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사실상 외면하고 회피하기도 합니다.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이 슬픔만이 압도하는 사건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과정이 되기 위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세 가지의 큰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육체적 생명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생명의 소멸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식을 실천을 통해 바꾸기를 희망합니다. 연명치료를 합리적 자기 선택으로 제도화하는 일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장기기증과 호스피스 확산은 다른 사회에 비해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화장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듯 육체적 생명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제도적 실천과제를 발굴하고, 촉진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둘째,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오랫동안 삶을 같이 해온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일을 스스로 실천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이 슬픔과 상실이 압도하는 소멸하는 사건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삶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위로하는 과정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일기와 사진을 비롯한 삶의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활동은 개인적 실천과제이고, 그들 기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활동은 사회적 과제라 할 것입니다.
셋째,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과 우정을 나눈 자식과 친구들과 함께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축적된 삶을 함께 나누는 일은 ‘생존장례’와 같이 정신적 유산을 남기는 의미 있는 실천일 것입니다. 물질적 유산을 정리하는 일도 나의 가족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기부하는 실천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이상 세 가지 생명 마무리, 관계 마무리, 유산 마무리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실천운동에 나서고자 합니다.